원작소설 김유정의 <봄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17년 전,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어리숙한 주인공과 성례시켜 준다는 말로 기약없는 노동을 시킨 마름, 주인공에게 성례하도록 부추기는 예비 신부 점순이. 이들의 농촌 이야기는 한편의 재밌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읽어보니 결혼을 빙자한 사기극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침드라마나 요즘 스펙터클한 소설과도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성인이 된 독자가 어릴 적 읽었던 소설 봄봄을 다시 읽기를 원한다. 성숙하고 다각화된 관점으로 봄봄을 볼 때 각자가 재해석하면서 세상을 사는 온정과 즐거움이 있기를 바란다.
작가 김유정은 1908년 1월 11일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하여 1937년 3월 29일 생을 마감할 때까지 문인으로 활동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소설가다. 1935년 조선일보를 통해 소설 <소낙비>로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었으며, 1937년 폐결핵으로 요절할 때까지 2년여 동안 30여편의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구인회 회원이자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이상과 관계가 각별했으며, 주로 농촌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썼다. 대표작으로 <동백꽃>, <따라지>, <봄봄>, <만무방>, <금 따는 콩밭> 등이 있다.